세자트라숲 이야기

한국해양구조단 통영지역대 “사람을 살리는 우리의 영웅들”

  • 2011-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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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이곳에 모든 자료는 한려투데이신문사에서 발취 하였습니다
 
긍정적인 마음, 끈끈한 동료애 그리고 바다 사랑
자신을 돌보지 않으면서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의인(義人)을 우리는 영웅(英雄)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영웅은 수퍼맨이나 스파이더맨처럼 영화 속 수퍼히어로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해양구조단 통영지역대(대장 장재석) 64명의 대원들은 진정한 우리의 영웅들이다.
이들은 자신을 돌보지 않을 뿐더러 영웅담을 과시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알아주는 이 많지도 않다. 긍정적인 마음, 넘치는 유머 통영해양구조대원들은 항상 즐겁다.
만나면 유머가 넘친다. 대뜸 “미친 X 아니면 이 짓 못 한다”고 말을 던진다.
돈벌이를 팽개치고 가족들을 뒷전에 두고 해난사고만 나면 제일 먼저 바다로 뛰어드는 “자신들이” 미치지 않은 거면 뭐냐는 거다. 그래도 웃으면서 말하고 동료들도 호탕하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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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전 사무국장, 김영식 전 대장, 최영림 사무국장(좌로부터)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통영해양구조대장을 지낸 김영식(53) 직전대장은 “대장하면서 집 한 채 팔았다”고 말한다.
역시 웃으면서. 올해부터 통영해양구조단을 이끄는 장재석(50) 대장은 “땅 팔 각오하고 있다”고 말한다.
박정삼(38) 사무차장은 “사무국 일을 맡으면 이혼서류 준비해 놔야 한다”고 농담을 건넬 정도다.
그런데도 왜하는 것일까? 제주석(44) 직전 사무국장과 최영림(44) 사무국장은 이구동성으로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니까”라고 대답한다. 정말 그 이상의 대답은 없을 듯하다.
자신들이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는데, 도움을 원하는 손길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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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구조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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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해양구조대원이 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생명을 대하는 일이기 때문에 전문적인 잠수능력과 생명소생기술을 익히지 않으면 안 된다.
입단하면 하루 동안의 정신무장교육과 20시간~40시간의 CPR(심폐소생술)교육은 기본이다.
이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송준용(47) 교육팀장은 백혈병 진단을 받고 얼마 전 골수이식수술을 받은 온전치 못한 몸을 가지고 있지만, 구조대 활동만큼은 헌신적이다. “오래 있진 못해도 잠수도 한다”고 당차게 말한다.
 
긍정적인 마음, 동료애와 인간애, 희생정신에 낙천적인 유머까지 통영해양구조단이 끈끈하게 뭉치는 이유들일 것이다.
생사의 갈림길, 유족들의 오열을 보며 한국해양구조단 통영지역대 (이하 통영해양구조대)가 지난여름 구한 생명은 셀 수 없다.
통영해양구조대원의 도움으로 살아났지만 어쩌면 그 고마움을 잊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살아났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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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도 소고포 구조장면.
 
안타깝게도 두 사람 모두 사망했다 하지만 가족을 잃는, 생명이 꺼지는 안타까운 순간도 유난히 많았다.
7월26일 한산도 소고포 카페리 선착장에서 생긴 ‘50대 부부 승용차 입수사고’도 그 중 하나다.
한산도가 고향인 이들 부부는 부모님 묘소 벌초를 하러 왔다가 변고를 당했다. 벌초를 무사히 마치고 점심식사를 한 후 승용차로 출발하려다 실수로 바다에 빠져 버린 것이다.
 
대원들은 사고소식을 접하자마자 가두리양식을 하는 장재석 대장의 어장관리선으로 달려갔다.
전속력으로 달리는 배 위에서 잠수복으로 미리 갈아입고 현장에 도착해 곧바로 바다 속으로 들어갔다.
남편은 탈출을 시도했던 듯 상반신이 창밖으로 반쯤 나와 있는 상태였다. 인근 목격 주민들의 말대로 부인을 찾기 위해 다시 차량으로 잠수하니 부인은 차량내부 천정에 떠 있었다.
부인도 급히 물 밖으로 구조했다. 대원들은 부부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남편은 점심으로 먹었던 음식을 입으로 쏟아냈다.
해양구조대원들은 그래도 구강호흡을 실시해야만 했다.
더러운 토사물이 입으로 들어오는 것은 생명의 귀중함에 비할 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편은 이미 사망한 뒤였다. 부인은 CPR로 가까스로 살린 뒤 병원으로 긴급 후송했다.
그러나 부인은 병원에 도착한 뒤 결국 사망했다.
이 소식은 접한 최영림 사무국장은 “정말 가슴이 아팠다.
겨우 살린 목숨이었는데”하며 아쉬워했다.
제주석 전 사무국장은 “익사사고가 발생하고 5분 정도 지나면 뇌사가 일어난다”며 빠른 신고와 응급조치 등 초기대응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 달쯤 뒤인 9월1일에도 안타까운 사망사고가 일어났다.
이번엔 26살의 젊은 남자였다. 취직 기념으로 죽림신도시에서 친구와 술 한 잔을 마신 뒤 새벽에 호기가 발동해 수영내기를 벌인 것이 화근이었다.
물에 들어간 젊은이는 그대로 익사했고, 해양구조대원들은 그날 낮 사망자(!) 수색에 나섰다.
밖에서 보면 맑고 고요해 보이는 죽림내만 바다는 물속은 전혀 딴판이었다.
시야도 좋지 않았고 더구나 침전물이 두텁게 쌓인 바닥은 조금만 움직이면 부옇게 일어나 더욱 시야를 흐리게 했다.
6명의 대원이 대형을 이루어서 여러 시간을 수색했지만, 시신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이렇게 되자 유족들은 오히려 희망을 가지기 시작했다. 최영림 사무국장은 “익사하지 않았을 거란 기대에 첫 출근이 예정됐던 직장으로 유족들이 전화를 걸어 확인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이런 기대감을 가진 유족들에게 “오늘 시신을 찾지 못하면 3일후 시신이 떠오를 때 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은 참으로 하기 힘들었다”고 최영림 국장은 말한다.
그렇게 수색을 계속하던 중 박정삼 사무차장의 손에 뭔가가 걸렸다. 익사자의 시신이었다.
그제서야 유가족들은 오열을 터뜨렸다. 믿고 싶지 않았던 일을 확인했으니 오죽하겠는가. 대원들은 아무도 말을 하지 못하고 자리를 떠났다.
 
김영식 전 대장이 며칠 뒤 장례식장을 찾아가니 유족들이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할 땐 참으로 복잡한 심정이었다.
통영에 참여하다 박정삼 차장은 죽림만 익사자 수색할 때 꼈던 잠수장갑을 버렸다.
침전물이 너무 더러워 도저히 악취가 사라지지 않아서다. 박 차장은 그날 이후 “죽림만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 생선을 어떻게 먹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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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해양구조대가 해변과 수중 정화활동에 어느 누구 못잖게 많은 활동을 벌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여름에도 수 십 톤의 해양쓰레기를 수거했다.
통영지역 해수욕장 개장기간동안에는 50여 일 내내 상근 2명 포함해서 하루 7~8명이 안전요원으로 활동했다.
위험해역으로 떠밀려가는 해수욕객을 구조하는 일은 다반사였다.
장재석 대장은 “망루대하고 방송용 음향장비만 갖춰지면 더할 나위 없겠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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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RCE활동에도 적극 나선다
 
통영해양구조대는 통영RCE가입단체로도 활동한다.
RCE활동도 활발히 전개해 최우수회원단체로 선정됐다.
특전으로 아시아·태평양 RCE총회에 참가해 구조대의 활동을 알리기도 했다.
올 12월에는 일본을 방문할 계획도 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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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 정화 활동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땅이나 집을 팔아야만 한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구조대원들이 가진 장비는 모두 개인이 구입하고, 사비를 들여 수리하기 때문이다.
구조선도 장재석 대장 개인소유의 어장관리선을 약간 손봐서 이용하고 있다.
50여 일의 해수욕장 안전 활동에 시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은 500여만 원이 전부다.
하루 10만 원꼴로 이는 실비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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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석 대장, 통영해경 김영구 서장, 김영식 전 대장
 
구조대는 대원들이 내는 월3만 원의 회비수입으로 운영되는데, 한국해양구조단 중앙회 납입금 내고 사무실 관리비 내면 그만이다.
그나마 통영시 체육지원과에서 관심을 가져주는 점이 대원들은 기쁘다. 대원들은 사고접수를 받으면 너나없이 현장으로 달려간다.
횟집에서 고기 썰다가도 달려가고, 어장 돌보다가도 달려간다.
직장인들은 월차·휴가를 낸다.
시장에서 과일전을 하는 한미화(44) 대원은 친정어머니에게 가게를 맡기고 현장으로 달려간다.
아무런 대가도 없다.
 
그저 생존 후 안도하는 가족들의 모습에서 보람을 느끼고, 가족을 잃고 울부짖는 유족들을 달래 줄 뿐이다.
시민들이 “고맙다” “감사하다”는 말을 해준다면 대원들의 사명감은 보상을 받는 게 아닐까. 더 나아가 시민들이 십시일반 후원한다면 더 많은 생명을 지키는 지름길은 되지 않을까.
장재석 대장은 “시커먼 얼굴 머할라꼬 사진 찍을라 카노?”라며 씩 웃었다.
별다른 말도 아닌 장 대장의 이 말에서, 숨어 있는 ‘성실함’과 ‘겸손함’을 찾았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아니다.
영웅은 멀리 있지 않다.
통영해양구조대원들이 바로 그런 영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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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경찰의 날 행사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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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석 대장 “시커먼 얼굴 머할라꼬 사진 찍을라 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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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중기자 : 6444082@hanam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