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과 학교를 지속가능하게! ESD시범교사 사례⑥
섬을 청소하며 섬을 배우다
Writer_서보명 책임 PD Posted_May 23, 2025
2024년 ESD담당교사 중 15명의 선생님이 신청해 주셔서 함께한 'ESD시범교사' 프로젝트는 1년 동안 교실과 학교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활동입니다. 15명의 선생님들의 개성있는 ESD프로젝트를 인터뷰를 완료하였는데요. 올해 가이드북으로 제작하여 학교의 사례를 다른 선생님들과 함게 공유 드릴 예정이에요.
5월, 알고 보면 바다와 인연이 깊은 달이라는 사실, 아셨나요?
해양과 관련된 기념일이 유난히 많은 이 달, 여섯 번째 섬을 청소하며 섬을 배운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자연으로 떠나는 통영 섬 클린 하이킹
‘자연으로 떠나는 통영 섬 클린 하이킹’은 통영의 섬을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입니다. 한 번 진행할 때 30~40명이 참여하며. 5~6시간 동안 진행됩니다. 연간 약 10회 운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봉사활동을 넘어, 학생들에게 깊은 의미를 남기고 있습니다. 이 활동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학생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요?
이 프로그램은 담당교사인 김정훈 선생님이 2020년 휴직 중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어느 날, 친구와 함께 제주도를 걷던 중 친구가 자연스럽게 길에 떨어진 쓰레기를 주우며 걷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함께 쓰레기를 주우며 걸으니 기분이 훨씬 좋아졌다고 합니다. 제주도의 바닷가에서 쓰레기를 줍던 그 순간, 김 교사는 “학교에 돌아가면 아이들과 함께 통영에서도 꼭 이 활동을 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그렇게 9월에 복직한 후, 이 활동은 어느덧 4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통영의 '섬'이 가진 의미
통영에는 약 570개의 섬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다도해 지역으로 ‘한국의 나폴리’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며, 관광과 생태자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섬은 어떤 의미일까요? 놀랍게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섬을 방문한 학생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섬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통영의 지역성을 알게 되면, 아이들이 성장 후 다시 통영으로 돌아오거나, 통영의 자원을 활용해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배워서 아는 것이 아닌, 느껴서 깨닫는 것
이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교실에서 배울 수 없는 다양한 경험을 직접 체험합니다. 그중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해양쓰레기의 심각성입니다. 교실에서 환경 문제를 배우는 것과 달리, 현장에서 직접 쓰레기를 주우며 문제를 체감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쓰레기’에 대한 태도가 자연스럽게 바뀌었습니다.
처음 활동에 참여했을 때만 해도 일회용 생수병을 가져오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트레킹 중 버려진 수많은 일회용 생수병을 직접 본 후로는 학생들 스스로 텀블러에 물을 채워오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김 교사는 이러한 변화를 두고,
“가르쳐서 깨닫는 것이 아니라, 쓰레기를 줍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느끼고 변화하는 것”
이라고 말합니다.
움직임의 욕구, 성취감, 그리고 협동심
“사회는 변했지만, 인간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움직이고 행동하는 존재예요. 자연 속에서 학생들을 보면 교실에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나옵니다. 다양한 환경 속에서 친구들과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에너지를 발산하는 모습을 보면 저 역시 많은 것을 느낍니다.”
이 프로그램은 섬에 도착해 트레킹을 하면서 해양쓰레기 수거 지역을 탐색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힘들게 정상에 오르면 성취감을 느끼고, 이후 쓰레기가 쌓여 있는 해변으로 이동해 쓰레기를 줍기 시작하며 인내심을 배웁니다.
“선생님, 이 많은 쓰레기 정말 다 주울 수 있을까요?”
학생들은 처음엔 막막해하지만, 쓰레기를 줍기 전후의 사진을 비교하며 변화의 가치를 실감합니다.
김 교사는 한 번은 모래 속 깊이 박혀 있던 오래된 쓰레기를 꺼내려던 학생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처음엔 한 명이 시도했지만 혼자서는 힘들었어요. 점점 친구들이 모여들어 6명이 함께 끌어당겼고, 결국 쓰레기를 꺼냈죠. 환호성을 지르며 기념사진도 찍고, 마치 축제 같았어요.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아이들은 협력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됩니다.”
코로나 이후 공동체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많아졌지만, 이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강요 없이 자연스럽게 서로 어울리고 협력하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섬 청소를 넘어, 섬 문화를 배우다
어느 날, 학생들과 함께 추도에 갔을 때 한 오래된 배를 발견했습니다. 그 배는 110년 동안 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며 대를 이어 사용되었지만, 태풍으로 인해 결국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배 주인은 배를 잃고 한동안 울었다고 해요. 그 배는 단순한 배가 아니라, 그들의 삶과 기억, 정서, 그리고 역사가 담긴 존재였을 겁니다. 저는 이처럼 섬에는 우리가 모르는 다양한 이야기와 지혜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학생들이 섬 주민들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고, 이를 기록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섬에 사람이 점점 줄어들면서, 그들이 남긴 전통과 지혜도 함께 사라지고 있습니다. 김 교사는 학생들과 함께 섬의 역사를 기록하고, 섬 주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배를 사진으로 남겼던 것처럼, 섬의 이야기와 문화를 기록하는 작업도 함께하고 싶습니다.”
함께 만들어가는 변화
‘자연으로 떠나는 통영 섬 클린 하이킹’은 단순한 환경 정화 활동이 아닙니다. 학생들은 쓰레기를 줍는 과정에서 환경 문제를 직접 경험하고, 지역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며, 협력과 성취감을 배우게 됩니다. 또한, 섬 주민들과의 교류를 통해 소중한 지역 문화를 기록하는 의미 있는 활동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섬을 청소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보고, 느끼고, 행동하며 배울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입니다. 앞으로도 이 활동이 지속되며, 더 많은 학생들이 통영의 섬에서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