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트라숲 이야기

숲을 나는 생명의 소리, 새소리 탐조

  • 2025-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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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도 세자트라 레지던시, 새소리 탐조(Sound Birding)이야기  

숲을 나는 생명의 소리, 새소리 탐조

 Writer_김세희PD     Posted_May 2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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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아침의 숲은 고요해 보이지만, 귀를 기울이면 수 많은 생명의 목소리가 들려요. 살며시 눈을 감고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세요. 숲이 말을 걸어온답니다. 새들의 노래, 바람 사이를 스치는 깃털의 떨림,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보다 빠른 울림들. 그 작은 소리에 마음을 기울이면 어느새 우리는 자연과 연결되어요. 


  5월 17일 토요일의 이른 아침, 어둠이 걷히고, 햇살이 들어오기 시작한 세자트라숲을 새들이 제일 먼저 깨워줍니다. 햇살보다 앞서 들려오는 새들의 노래는 우리가 눈치채지 못한 사이 숲을 가득 채웠어요. 그 소리를 따라 조용히 걸었던 이른 아침, 세자트라숲에서는 '새소리 탐조(Sound Birding)'가 진행되었습니다. 


  자연을 귀로 바라보는 경험, 그리고 숲과 공존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 조용히 걷고, 천천히 듣던 시간을 들려드릴게요! 새들이 도망치지 않게 조용히- 따라와 주세요, 쉿! 그리고, 사뿐사뿐~.  



 

8cb750b1116cf228745ebcf8f236f55e_1590625458_7774.jpg소리를 만나는 네 걸음. 하나, 둘, 셋, 넷! 


  탐조 경력 30년에 달하는 파랑새(a.k.a. 에코샵홀씨 대표 고대현)님과 함께 한 새소리 탐조를 따라가볼까요? 

  

① 첫번째 걸음. 조용히 걷기, 가만히 듣기


  아침 7시, 새벽까지 내린 비로 촉촉하게 젖은 잔디광장으로 하나둘 참가자들이 모였습니다. 하늘에 낀 구름 사이로 햇살이 머뭇거리며 숲을 비추는 동안 참가자들은 활동 안내와 함께 숲에서 지켜야 할 약속을 들었죠.  


"말을 줄이고, 귀를 열어요. 숲은 언제나 이야기하고 있어요." 

활동을 이끌어준 파랑새님의 말은 보물상자같은 새소리 탐조의 열쇠 같았어요. 


  숲속에서는 우리가 평소에 잊고 지낸 감각들이 깨어나요. 작은 발걸음 소리조차 조심스럽게 들리는 공간, 조용히 움직이며 가만히 들으려하면 숲은 조금씩 마음을 열어줘요. 워밍업으로 숲을 채운 다양한 새소리를 들으며 감각을 깨우고, 숨소리까지 맑아지는 느낌으로 참가자들은 천천히 숲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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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두 번째 걸음. 소리의 주인을 찾아보기


  쌍안경을 손에 들고 조심조심 몸을 움직이며, 참가자들은 귀에 먼저 들어온 소리의 주인을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전날 장대비로 배가 고픈 아기 새들의 화가 잔뜩 난 소리 사이로 꿩의 우렁찬 울음소리, 직박구리의 톡톡 튀는 소리,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꾀꼬리의 맑은 울음까지 서로 다른 소리가 얽히고설켜 하나의 선율을 만들고 있었어요. 


  숲 골짜기 사이를 날아가는 왜가리를 올려다보고, 나무 사이를 낮게 날아가는 물까치에게 시선을 옮기는 순간순간은 마치 숲의 호흡을 따라 숨을 맞추고, 눈을 마주치는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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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말을 거는 것 같았어요."

"처음 듣는 소리인데, 노랫소리 같아요."

참가자들의 목소리는 차분하지만 들뜸이 가득합니다. 


  이른 아침의 숲은 소리로 우리에게 떼떼떼-, 지지배배- 말을 걸고 있었고, 우리는 그 목소리에 천천히, 그리고 깊이 귀를 기울였어요.


③ 세 번째 걸음. 귀 기울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 


  숲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생명으로 가득 차 있어요. 귀를 기울이면, 소리로 자신을 드러내는 존재가 느껴져요. 우리가 들었던 새소리들은 산책길 배경음이 아니라, 공존의 숲에서 살아가고 있는 생명의 소리 '존재의 신호'였어요.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경험은 곧 생물다양성을 새롭게 바라보게 해줘요.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아도 함께 살아가는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죠. 


  이번 '새소리 탐조'는 생명을 '듣는' 행위를 통해 우리가 자연과 대등한 존재로 연결될 수 있음을 알려주는 경험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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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네 번째 걸음. 마음에 남은 소리, 함께 나누는 공존의 기억 


  숲길을 따라 조용히 걸으며 만났던 소리는 생각보다 훨씬 많았어요. 처음 듣는 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쌍안경 너머로 가까이 다가간 순간들. 그 소리는 어디서 오는 건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숲은 우리가 귀를 열기만 하면, 언제든 먼저 말을 걸어준답니다. 



❀ 숲의 아침을 열어준 생명의 소리들  / 2025. 5. 17. (토) 7:00 ~ 8:30  


· 곤줄박이 - 작고 낮은 목소리로 '찌르르- 찌르르-'를 반복하며, 풀숲을 스치듯 노래했어요.

· 직박구리 - 크고 거친 울음 '째르르르'를 반복하며 숲의 공기를 흔들었어요.

· 개개비 - 어린이 새 박사 시윤이가 찾아준 소리! '개개개개-' 신기한 소리였어요.

· 되지빠귀 - 높은 음으로 '피리리리리리~' 마치 피아노 건반을 누르는 듯한 선율을 만들었어요. 

· 박새 - 맑고 경쾌한 소리로 '삐삐삐, 피짹피짹' 리듬감 있는 노래를 불러줬어요.

· 제비 - 낮게 날며, 빠르게 '찌르르르르르' 군더더기 없는 날렵한 소리로 울었어요. 

· 뻐꾸기 - 멀리서도 또렷하게 들리는 '뻐꾹- 뻐꾹-' 이름 그대로 부르는 듯했어요. 

· 까치 - '짹짹짹- 챠챠챠-' 거친 듯 명랑한 소리로 숲에 익숙한 존재감을 남겼어요. 

·  물까치 - '쪼로로- 찌리리-' 특유의 부드럽고 빠른 소리로 나뭇가지 사이를 오갔어요.

· 꿩 - 낮고 부드러운 '꿩~ 꿩~'하는 소리로 수풀 속 어딘가에서 존재를 드러냈어요. 

·  참새 - '짹짹짹짹-' 익숙하고 소박한 목소리로 숲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었어요. 

·  꾀꼬리 - '휘리리리리릭-' 맑고 유려한 고음, 숲을 가장 아름답게 물들였던 소리예요. 

· 그 외 소리 없이 날갯짓만 보여준 존재들: 왜가리, 큰부리까마귀, 흰뺨검둥오리 


✿ 특별한 만남 

·  참개구리 - '개-개개-구구-' 규칙적인 소리로 계절의 리듬을 연주해 주었어요. 


  이 소리가 뒤엉켜 만들어낸 숲의 교향곡 속에서 우리는 듣고, 멈추고, 감탄하며 '공존'이라는 단어를 마음속에 새기게 되었어요. 


  오늘 우리는 조용하지만 깊게, 소리 없이 숨죽였지만 마음에 크게 내려 앉는 소리를 만나며 숲을 기억하게 되었답니다. 보지 않아도 존재를 알 수 있다는 것, 침묵 속에서 들리는 생명의 다양성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새소리 탐조'는 그 모든 것을 조용히 알려주는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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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cb750b1116cf228745ebcf8f236f55e_1590625458_7774.jpg다시, 귀를 열어보아요. 자연의 이야기가 다시 시작돼요!


  이번 세자트라 레지던시 '숲을 나는 생명의 소리 - 새소리탐조(Sound Birding)'는 우리에게 자연을 듣는 법을 가르쳐줬어요. 우리는 자연과의 교감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고, 숲속의 작은소리가 전하는 큰 메시지를 마음에 새겼어요. 작은 소리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 숲속에서의 조용한 발걸음이 바로 지속가능한 삶으로 가는 발걸음이었습니다. 


  다음엔 또 어떤 방식으로 숲이 우리를 부를까요? 세자트라숲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으니 조용하고도 깊은 숲의 초대장을 받은 여러분, 닫혀있던 감각을 깨우러 조용히 걸어오셔요. 사뿐! 



 "듣는다는 것은 존재를 존중하는 것이다."

To listen is to respect existence

                                                                            - 생태 철학자 데이비드 에이브람(David Abram)